작가 주: 아래의 내용은 개인적 공부를 위해 정리한 것으로, Andrew Rogan, 「Hidden Campaigns: UNCAC Resolution 11/7 and the Integrity Challenge of Third-Party Political Spending」, IFES, 2026년 6월 25일 에 대한 요약 글이다.
2025년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유엔 부패방지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Corruption, UNCAC) 당사국총회는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청렴성을 다룬 11/7 결의(Resolution 11/7)를 채택했다.[1]
IFES(International Foundation for Electoral Systems)는 이 결의를 정치자금 분야의 첫 세계적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특히 후보자나 정당이 아닌 제3자의 선거운동을 별도의 규제 대상으로 다룬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결의 11/7은 각국에 곧바로 적용되는 국내법은 아니다. 오히려 각국이 정치자금 제도를 설계하고 집행할 때 고려해야 할 국제적 기준에 가깝다.
제3자 선거운동은 무엇인가
제3자 선거운동의 주체는 특정 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하거나 정당 및 선거연합에 공식적으로 소속되지는 않지만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기 위해 활동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의미한다. 이를 ‘비경쟁적 선거운동 주체(non-contestant campaigner)’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시민단체, 이익단체, 기업, 개인 활동가, 인플루언서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의 개인이나 법인도 제3자 선거운동에 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치적 의견을 표현했다는 사실만으로 제3자 선거운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활동의 목적과 시기, 비용 지출, 후보자 및 정당과의 관계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제3자 활동이 선거의 사각지대가 되는 이유
일반시민과 단체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매우 정상적인 일이다. 문제는 법상 허용되는 선거운동 및 정치자금 규제를 우회하는 통로로 제3자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거액 후원자가 후보자에게 직접 기부하는 대신 외부 단체의 광고비를 부담하면 형식상 후보자 캠프의 지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자금 제공자와 실제 광고주가 여러 단계를 거치게되면 유권자가 누가 메시지를 지원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의 선거는 이 문제가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BBC에 따르면 2025년 몰도바 총선에서는 러시아와 연계된 제3자가 틱톡 계정들을 조직적으로 운영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캠페인은 5,500만 명이 넘는 이용자에게 도달했으며 친유럽 정당의 지지도가 낮은 것처럼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확산시켰다.[2]
루마니아에서는 2024년 대통령선거를 둘러싼 온라인 캠페인이 문제가 됐다. 후보자 컬린 제오르제스쿠는 공식 정치자금 보고서에서 선거운동 지출이 없다고 신고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에게 유리한 대규모 캠페인이 진행됐다. 루마니아 헌법재판소는 외국과 연계된 제3자의 개입 등을 문제 삼아 대통령선거를 무효로 했다.[3]
< 루마니아 재판소 판단 >
첫째, 단순히 온라인에 허위정보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를 무효로 한 것은 아니다. 루마니아 정보기관이 공개한 자료에는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콘텐츠, 자동화 계정, 알고리즘을 이용한 노출 확대, 조직적으로 조정된 온라인 홍보활동이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가 실제보다 자발적이고 광범위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재판소는 그 결과 유권자의 인식이 왜곡되고, 다른 후보자들은 동등한 홍보 기회를 얻지 못했으며, 유권자가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선택할 권리도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둘째, 온라인 캠페인의 규모와 공식 정치자금 신고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 결선에 진출한 컬린 제오르제스쿠는 공식 보고서에 선거운동 지출이 없다고 신고했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홍보와 노출 확대가 이루어졌다. 콘텐츠 제작과 계정 운영, 광고·노출 확대에는 통상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후보자의 회계에는 그 비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소와 정보기관은 이 불일치를 후보자 밖의 제3자나 외부 세력이 비용을 대신 부담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보았다. 만약 외부 자금이 대리인이나 여러 디지털 계정을 거쳐 투입됐다면 후보자는 공식적인 기부·지출 한도와 공개 의무를 우회하면서 실질적인 선거운동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IFES는 이를 불투명한 제3자 자금과 정보조작을 결합한 ‘혼합형 정치자금 전쟁’ 또는 ‘전략적 부패’의 문제로 설명한다.
다만 IFES가 재판소의 판단을 전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공개 범위가 제한된 정보기관 자료에 상당 부분 의존했기 때문에 외부 개입이 실제 투표 결과를 어느 정도 바꾸었는지 검증하기 어렵고 당사자가 증거에 반박하기도 힘들었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에서는 개입의 규모와 인과관계를 입증할 기준, 정보자료의 공개 및 검증 절차, 재판소의 직권 개입 범위를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 IFES의 결론이다.
각국의 대응
제3자 선거운동 규제는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 지역 | 주요 제도 | 주의할 점 |
|---|---|---|
| 영국 | 일정한 제3자 활동에 지출·기부 규정을 적용하고, 전국적으로 £10,000을 초과해 지출하려는 주체는 선거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 £700 이하 지출과 £700 초과 지출에도 적용 범위가 다르다. |
| 캐나다 | 제3자 등록, 지출 한도, 재정보고와 외국 자금 제한을 두고 있다. 일정한 온라인 플랫폼에는 정치광고 등록부 공개 의무도 부과한다. | 무료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유료 광고의 규율이 다르다. |
| 몬테네그로 | 선거기간 중 €1,000을 초과해 지출하려는 제3자는 전용 계좌 개설, 당국 통지와 재정보고가 필요하다. 지출 상한은 €10,000이다. | 실효성은 2027년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
| 유럽연합 | 정치광고의 비용 부담자, 비용과 표적화 대상 등을 표시하도록 한다. 온라인 정치광고 저장소도 추진한다. | 제3자 선거운동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정치광고 전반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
영국 선거위원회는 활동이 규제 대상 선거운동인지 판단할 때 ‘목적 심사(purpose test)’를 사용한다. 이는 유권자에게 특정한 투표를 유도하려는 활동으로 합리적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며, 행동 촉구, 표현의 어조, 시기와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4]
목적 심사란 무엇인가?
비정당 선거운동자의 선거운동 활동에 대한 지출은, 다가오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투표하도록 영향을 미침으로써 아래 대상의 선거에서의 성공을 증진하거나 성취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합리적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경우에만 규제된다.
- 하나 이상의 정당
- 특정한 정책을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정당 또는 후보자
- 그 밖의 특정 범주의 후보자
어떤 활동이 유권자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투표하도록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합리적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여부는 일반적으로 ‘목적 심사(purpose test)’라고 한다.
온라인 정치광고는 별도의 추적이 필요하다
UNCAC의 11/7 결의는 온라인 광고회사가 광고 판매 정보를 보고하도록 각국에 권고한다. 다만 IFES는 이 조항만으로는 자금의 원천이나 여러 플랫폼을 이동하는 광고를 충분히 추적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유럽연합의 정치광고 투명성 및 표적화 규정(Transparency and Targeting of Political Advertising Regulation, TTPA)은 2025년 10월 10일부터 전면 적용됐다. 정치광고에는 비용 부담자와 비용, 표적화 대상 등을 표시해야 한다.[5]
쟁점은 광고 한 건의 공개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후원자가 여러 단체와 플랫폼을 거쳐 광고를 집행하는지, 광고비가 어느 국가에서 왔는지까지 연결해서 볼 수 있어야 한다.
강화된 규제 필요성
제3자도 선거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후보자 및 정당에 준하는 최소한의 투명성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필요한 장치로는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규제 대상의 명확한 정의 : 단순한 의견 표명과 조직적인 선거운동을 구분해야 한다.
등록·보고 기준 설정 : 소규모 시민 활동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일정 지출액 이상부터 의무를 적용해야 한다.
자금 출처와 광고주 공개 : 온라인 광고에는 비용 부담자와 승인자, 지출액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시가 필요하다.
기부금·지출 한도 도입 : 후보자에게 직접 적용되는 한도를 제3자를 통해 우회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독립적인 감독기관과 제재 수단 확보 : 자료만 제출받는 데 그치지 않고 조사 인력, 데이터 접근권과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다만, 규제 범위가 지나치게 넓으면 시민단체의 정책 캠페인이나 개인의 정치적 표현까지 선거운동으로 분류되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 특히 환경, 노동, 인권과 같은 정책 문제는 선거 시기에 특정 정당의 공약과 겹칠 수 있다. 단순히 같은 정책을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등록과 보고 의무를 부과한다면 시민 참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규제기관의 독립성도 중요하다. 제3자의 범위를 모호하게 정한 상태에서 감독기관에게 넓은 재량을 주면 집권 세력이 비판적인 단체를 선택적으로 조사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규제는 활동의 내용뿐만 아니라 비용 지출, 공직선거와의 시간차, 유권자에게 특정 선택을 요구했는지, 후보자와 실질적으로 조정했는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 신고 기준과 제재 수준도 활동 규모에 비례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규제의 조건
제3자 선거운동 규제의 목적은 외부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데 있지 않다. 누가 어떤 자금으로 유권자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개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금융당국, 온라인 플랫폼, 시민사회가 자료를 공유해야 한다. 외국 자금이 여러 국가와 단체를 거친다면 국제적인 조사 협력도 필요하다.
결국 좋은 규제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불투명한 자금과 조직적인 외국 개입은 추적하되, 정당한 정치적 표현과 시민 참여는 보호해야 한다. 따라서 명확한 기준과 독립적인 집행체계를 마련하고 온라인 광고의 자금 흐름을 플랫폼 사이에서 연결해 공개할 수 있는지 등을 향후에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UNODC, 「Preventing and combating corruption through enhancing transparency in the funding of political parties, candidatures for elected public office and electoral campaigns」, 2025.
- Oana Marocico & Seamus Mirodan, 「How Russian-funded fake news network aims to disrupt election in Europe – BBC investigation」, BBC, 2025년 9월 21일.
- IFES, 「The Romanian 2024 Election Annulment: Addressing Emerging Threats to Electoral Integrity」, 2024년 12월 20일.
- UK Electoral Commission, 「The Purpose Test」
- European Commission, 「Transparency and Targeting of Political Advertis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