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8일 미국 알래스카주 예비선거에는 주민발의안이 같이 투표에 상정되었다. ‘알래스카 주민발의안 1호(Ballot Measure 1)’이다. 투표용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었다.
“주 및 지방 선거의 선거운동 기부금 한도 설정 주민발의안”
여기에 “찬성(Yes)”으로 투표하면, 주 및 지방 공직 선거운동에 다음과 같은 새로운 기부금 한도를 설정하는 것을 지지한다(support)는 것이다.
– 개인이 선거 주기당 후보자에게 최대 2,000달러, 주지사·부지사 공동 후보에게 최대 4,000달러, 정당에 최대 5,000달러를 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 정당이 후보자에게 최대 4,000달러, 다른 정당 또는 정치단체에 최대 5,000달러를 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여기에 “반대(No)” 투표하면, 주 및 지방 공직 선거운동에 새로운 기부금 한도를 설정하는 것에 반대한다(oppose)는 것이다.
핵심은 2021년 연방법원 판결 이후 사실상 사라진 개인의 후보자 직접 기부 한도를 새로운 기준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선거운동 기부금 한도 변경(안)
발의안 1호에 따른 변경(안)은 다음과 같다.
| 수령인 | 기부자 | 현재 한도 | 제안된 한도 |
|---|---|---|---|
| 후보자 | 개인 | 무제한 | 선거 주기당 $2,000 |
| 후보자 | 정당이 아닌 그룹 | 연간 $1,000 | 선거 주기당 $4,000 |
| 후보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후보자 또는 비그룹 단체 | 비그룹 단체 | 연간 $1,000 | 선거 주기당 $4,000 |
| 주지사 및 부지사 공동 캠페인 | 개인 | 연간 $1,000 | 선거 주기당 $4,000 |
| 주지사 및 부지사 공동 캠페인 | 그룹 | 연간 $2,000 | 선거 주기당 $8,000 |
| 정당 또는 기타 그룹 | 개인 | 정당에는 연간 $5,000; 다른 그룹에는 무제한 | 연간 $5,000 |
| 정당 또는 기타 그룹 | 정당이 아닌 그룹 | 연간 $1,000 | 연간 $5,000 |
| 정당 또는 기타 그룹 | 비그룹 단체 | 연간 $1,000 | 연간 $5,000 |
※ 주: 제안된 한도는 독립 지출만 하는 단체 또는 비단체 주체에 대한 기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기업, 노동조합 및 특정 주 외부 단체·비단체 주체에 관한 별도의 제한은 계속 적용된다.
금액은 2031년부터 10년마다 앵커리지 소비자물가지수에 맞춰 조정된다. 과거 상한선이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않아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법원의 지적을 고려한 장치다.
다만 이 규제는 알래스카의 주·지방선거에만 적용된다. 연방 상·하원 선거는 별도의 연방법을 따르며, 슈퍼 PAC처럼 후보자와 독립적으로 지출하는 단체에 대한 기부도 적용 대상이 아니다.
2006년 한도액 설정 통과, 2021년 위헌 결정
알래스카 유권자들은 2006년에도 선거운동 기부금 한도액 설정안을 약 73%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당시 개인이 후보자에게 줄 수 있는 돈은 연간 500달러로 제한됐다.
하지만 이 규정은 2015년부터 법정 다툼에 휘말렸고 항소법원은 2021년 개인의 후보자 기부 상한 등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법원의 핵심 논리는 “모든 기부 한도가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었다. 500달러라는 금액이 다른 주보다 지나치게 낮고, 물가에 연동되지 않았으며, 현직자와 경쟁해야 하는 도전자들의 자금 조달을 과도하게 어렵게 만든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정당의 후보자 기부에 대한 일부 제한은 유지되었다.[1]
- 개인 -> 후보자 기부 한도 (연간 $500): 파기 (위헌). 대법원의 ‘랜들(Randall) 테스트’ 5가지 요소를 적용한 결과, 한도액이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아 지나치게 낮고, 현직 의원에 맞서는 도전자들의 선거 자금 모금을 크게 제한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알래스카주가 이처럼 극도로 낮은 한도를 유지해야 할 ‘특별한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기존 합헌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 개인 -> 선거 관련 그룹 기부 한도 (연간 $500): 파기 (위헌). 기부자들이 후보자 기부 한도를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의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목적에 맞게 면밀히 설정(tailored)되지 않아 정치적 참여를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 비거주자(타주 거주자) 총액 한도 (연간 $3,000): 파기 (위헌). 후보자가 알래스카 외부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자금 총액을 제한하는 것은, 대법원 판례에서 기부 제한의 유일한 명분으로 인정하는 ‘대가성 부패(quid pro quo corruption) 방지’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정당 -> 후보자 기부 한도: 인용 (합헌 유지). 정당 산하 하부 조직들의 기부액을 합산하여 한도를 적용하는 것이 다른 조직(예: 노동조합 PAC 등)에 비해 부당한 차별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기각하고 1심의 합헌 결정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발의안 1호가 기존의 연간 500달러 대신 선거 주기당 2,000달러를 제시하고 물가 조정 규정을 넣은 것도 이러한 사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한 설계로 볼 수 있다.
2026년에 주민발의안이 다시 발의된 이유
기부 제한이 사라진 뒤 알래스카 선거에서는 한 사람이 후보자에게 수십만 달러를 제공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26년 주지사 선거에서 조너선 크라이스 톰킨스(Jonathan Kreiss-Tomkins) 후보가 약 180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상당액이 알래스카 외부의 부유한 후원자에게서 나왔다. 경쟁 후보인 톰 베기치(Tom Begich)도 일부 후원자로부터 각각 25만 달러가 넘는 기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 상한이 없는 환경이 거액 기부자와 개인 자산이 많은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2]
알래스카 의회도 2026년 5월 발의안과 거의 같은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마이크 던리비 주지사가 7월 9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최종 결정은 유권자에게 넘어갔다. 던리비 주지사는 기부만 제한하고 후보자의 자기자금 사용과 독립지출은 제한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유한 후보자와 이미 이름이 알려진 현직 정치인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3]
찬성 측 주장
찬성 측은 무제한 직접 기부가 부유층과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준다고 본다.
후보자가 한 명의 후원자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면 명백한 대가성이 없더라도 정책 결정이 거액 후원자의 이해관계에 좌우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서구권 언론이나 정치 평론가들이 말하는 “All political money comes with strings attached”(모든 정치자금에는 꼬리표가 붙어 온다)라는 문장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정치판에 조건 없는 돈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찬성 측은 2,000달러가 2006년의 500달러보다 현실적인 수준이고, 선거 주기 기준과 물가 조정 장치까지 포함했기 때문에 2021년 판결에서 제기된 문제도 보완했다고 주장한다.
< 찬성 성명 요약 >
오늘날, 전국 어디에서나 개인들은 알래스카의 지방 및 주 선거 후보자들에게 무제한의 자금을 직접 기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알래스카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을 수도 있는 부유층과 특수 이익 집단, 특히 미 본토 48개 주(Lower 48) 출신들에게 평범한 알래스카인들의 목소리를 묻어버릴 수 있도록 수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일 기부자가 단일 후보자에게 수십만, 심지어 수백만 달러를 쓸 수 있을 때, 이는 위험한 환경을 조성합니다. 그것은 초부유층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선출직 공무원들을 대가성(quid pro quo) 부패의 위험과 인식(의혹)에 노출시킵니다. 주 전역의 알래스카인들은 우리의 선거가 최고 입찰자가 아닌 우리에게 속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 발의안을 투표용지에 올렸습니다. ‘찬성(YES)’에 투표함으로써, 당신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합헌적인 선거 자금 기부 한도를 복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알래스카주 선거안내서 22페이지>
반대 측 주장
반대 측은 정치자금 기부도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후보자를 지지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Money is the mother’s milk of politics.” (돈은 정치의 모유다)이기 때문이다. 아기가 모유 없이 살 수 없듯 정치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자금’이 필요하다.
기부 한도가 생기면 인지도가 낮은 신인 후보가 짧은 기간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현직 정치인, 개인 재산이 많은 후보자, 후보자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슈퍼 PAC은 상대적으로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물가 조정이 10년에 한 번만 이뤄지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선거운동 비용이 빠르게 상승할 경우 2,000달러의 실질 가치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 반대 성명 요약 >
반대 측은 기부 한도 설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비판합니다. 자금 모금 상한선을 두면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이나 외부 후보가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이미 권력과 인지도를 쥔 현역 정치인들에게만 유리한 ‘현상 유지’ 법안이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또한, 이 법안이 기부 한도액을 10년에 단 한 번만 조정하도록 규정하여 현실적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기부금의 실질적 가치가 매년 하락함에 따라 후보자들은 유권자와 소통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대신 기금 모금에 더 많은 시간을 뺏기게 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민주주의 참여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알래스카주 선거안내서 23페이지>
소결
주민발의안 1호가 통과되더라도 선거에서 거액 자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후보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돈은 제한되지만 독립지출 단체와 후보자의 자기자금은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투표의 본질은 정치자금 자체를 없앨 것인지가 아니라 돈이 어떤 경로로 정치에 들어오도록 허용할 것인지, 아울러 얼마나 제한적으로 허용할지에 대한 내용으로 보면 될 것이다. 현재의 입법 부재 상황에서 오는 문제점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술하였듯이 입법의 장단점이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어떻게 최종 결정할지가 궁금한 이유이다.
추가 : 8월 19일 저녁 편집
주민발의안은 70%가 넘는 찬성률로 통과되었다. 해당 법안은 11월 총선 이후에 효력을 발생할 예정이다.
참고자료
- Thompson v. Hebdon, No. 17-35019 (9th Cir. 2021), 2021년 7월 30일
- Iris Samuels, 「Democrat in Alaska’s governor race reports $1.8M fundraising haul, driven by Californians」, Anchorage Daily News, 2026년 7월 24일.
- Eric Stone, 「Dunleavy vetoes limits on campaign donations, ensuring August vote to impose new caps」, Alaska Public Media, 2026년 7월 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