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선거 관련 행정명령을 막고 있던 연방법원의 금지명령 가운데 하나의 효력을 정지했다. 대법관 6명이 효력 정지에 찬성했고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이 반대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우편투표 제한 정책이 합법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판단한 핵심은 행정명령의 내용 자체보다 23개 주와 워싱턴 D.C.가 이 단계에서 소송을 제기할 법적 자격이 있었는가였다.[1]
따라서 현재 상황은 ‘대법원이 우편투표 제한을 허용했다’라고 판단하기보다는 행정명령에 대한 첫 번째 법적 장애물은 제거됐지만 실제 우편투표 방식 변경을 둘러싼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명령 14399호 (2026년 3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3월 31일 「연방선거의 시민권 확인 및 무결성 보장(Ensuring Citizenship Verification and Integrity in Federal Elections)」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 14399호에 서명했다. 동 행정명령은 미국 시민만 연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존 연방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집행하고 우편투표 과정에서 연방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2]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 구분 | 담당 기관 | 주요 내용 |
|---|---|---|
| 시민권 명단 | 국토안보부(DHS) | 연방정부 자료를 이용해 각 주의 미국 시민 명단을 작성해 주 정부에 제공 |
| 선거법 집행 | 법무부(DOJ) | 투표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투표용지를 제공한 선거 관계자 등에 대한 수사·기소를 우선 검토 |
| 우편투표 | 미국 우체국(USPS) | 우편투표용지 봉투·바코드·유권자 명단 등에 관한 새로운 규칙 제정 |
새로운 우편투표 규칙을 만들도록 지시
가장 큰 논쟁이 된 부분은 미국 우체국(USPS)와 관련된 제3조다.
행정명령은 USPS에 60일 이내 우편투표와 부재자투표에 관한 규칙 제정 절차를 시작하도록 했다. 행정명령이 요구한 규칙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2]
– 우편투표용 봉투에 공식 선거우편(Official Election Mail) 표시를 사용할 것
– 자동화 우편처리가 가능한 봉투를 사용할 것
– 발송용과 회송용 봉투에 유권자별 고유 Intelligent Mail Barcode를 사용할 것
– 주 정부가 우편투표 대상자 정보를 USPS에 제공할 수 있도록 별도의 명단과 시스템을 만들 것
– 해당 절차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우편투표용지는 USPS가 발송하지 않는 방안을 포함할 것
최종 규칙은 행정명령 발령 후 120일 이내에 공포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우편투표 대상자를 결정하고 투표용지를 발송하는 과정이 기본적으로 주와 지방 선거당국의 업무였다. 행정명령이 시행되면 여기에 USPS의 봉투 규격 확인과 데이터 제출 절차가 추가되는 구조다. 바로 이 부분에서 대통령이 연방 행정기관을 이용해 주 정부의 선거관리 방식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가 법적 쟁점이 됐다.
23개 주와 워싱턴 D.C. 소송 제기
행정명령이 발표된 직후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23개 주와 워싱턴 D.C.는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행정명령 제2·3·5조가 미국 헌법이 주 정부와 의회에 부여한 선거관리 권한을 대통령이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통령이 별도의 의회 입법 없이 행정명령을 이용해 유권자 자격 확인과 우편투표 절차를 변경할 권한이 있는지가 문제가 됐다.[2]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 자체가 주 정부에 직접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국토안보부에는 시민권 명단을 만들도록 하고 USPS에는 규칙 제정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시했을 뿐이며, 실제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질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 정부가 먼저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두 입장의 차이는 이후 연방대법원 결정에서도 핵심 쟁점이 되었다.
연방법원, 행정명령 적용금지 판결
2026년 6월 25일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행정명령 제2조와 제3조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서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돼 법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조항을 원고인 23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2026년 11월 3일 및 그 이전 연방선거에 시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법원은 주 정부가 주장한 피해도 단순히 장래의 가상적인 피해라고 보지 않았다. 원고 주들은 이미 2026년 선거를 준비하고 있었고, 거의 절반의 주가 기존 기준에 따라 우편투표용 봉투를 구매한 상태였다. 매사추세츠의 경우 약 300만 달러 상당의 봉투를 이미 구매했다. USPS가 새로운 바코드와 봉투 디자인 기준을 적용할 경우 기존 봉투를 교체하고 선거관리 인력과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므로 실제적인 행정·재정 부담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3]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법원의 금지명령 효력을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정지해 달라고 제1연방순회항소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2026년 7월 25일 2대 1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4] 법무부는 앞서 항소법원에서 구제받지 못할 경우 연방대법원에 개입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7월 27일 연방대법원에 긴급 효력정지 신청을 제출했다.[5]
USPS, 새로운 우편투표 규칙 마련
법적 다툼이 계속되는 동안 USPS는 행정명령에 따른 규칙 제정 작업을 진행했다. 6월 2일 제안 규칙을 공개한 뒤 의견수렴을 거쳐 8월 21일 「연방선거 투표우편(Ballot Mail for Federal Elections)」 최종 규칙을 마련했다. 최종 규칙에는 발송용과 회송용 우편투표 봉투에 공식 Election Mail 로고와 고유 IMb를 사용하고, 봉투 디자인을 USPS에 제출해 검토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당시 법원의 금지명령이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USPS가 이 규칙을 2026년 중간선거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USPS는 관련 금지명령에서 정부가 적시에 구제받는 경우에만 11월 선거에 새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6]
연방대법원, 첫 번째 금지명령 효력정지
2026년 8월 24일, 연방대법원은 Trump v. California 사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연방대법원은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이 6월 25일 내렸던 금지명령의 효력을 항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정지시켰다.
그러나 대법원은 행정명령 자체가 주 정부에 직접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고, USPS 최종 규칙 역시 소송 제기 당시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최종 규칙이 실제로 주 정부에 피해를 준다면 이후 해당 규칙을 대상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당사자적격(standing)과 사건의 성숙성(ripeness)을 중심으로 판단했다. 행정명령 제2조는 행정부 내부 지시일 뿐 주 정부에 직접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USPS 관련 제3조 역시 소송 당시에는 최종 규칙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주 정부가 주장한 피해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봤다. 다만 USPS가 실제 최종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이 주 정부에 피해를 주면 다시 소송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7]
따라서 이번 결정은 행정명령의 합법성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당시 소송이 시기상조였다는 절차적 판단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즉 대법원 결정 이후에도 유권자가 사용하는 우편투표 방식이 즉시 변경된 것은 아니다.
11월 3일 중간선거 실시에 따른 시간 제한 문제
일반적인 행정소송과 달리 이번 사건에는 명확한 시간 제한이 있다. 2026년 미국 중간선거는 11월 3일 실시되기 때문이다. 각 주 선거당국은 그보다 앞서 투표용지를 제작하고 우편투표를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법원 판단이 늦어질수록 새로운 규칙을 실제 선거에 적용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연방법원의 첫 번째 금지명령은 효력이 정지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행정명령이나 USPS 우편투표 규칙이 합법이라고 최종 판단하지 않았다. 당시 소송이 너무 일찍 제기됐다는 것이 결정의 핵심이다.
동시에 별도의 전국적 금지명령이 남아 있기 때문에 USPS가 마련한 새로운 우편투표 규칙도 아직 2026년 중간선거에 적용할 수 없다. 8월 24일 대법원 결정은 우편투표 논쟁의 결론이라기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가깝다. 따라서 현재 상황이 선거 직전까지 유지된다면 2026년 선거에서는 기존 우편투표 체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참고자료
- Lindsay Whitehurst and Nicholas Riccardi, 「Ensuring Citizenship Verification and Integrity in Federal Elections, Executive Order 14399」, AP news, 2026년 8월 25일.
- The White House, 「Ensuring Citizenship Verification and Integrity in Federal Elections, Executive Order 14399」, 2026년 3월 31일.
- U.S.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Massachusetts, State of California et al. v. Trump et al., Memorandum & Order, 2026년 6월 25일.
- Reuters, 「Appeals court rejects Trump bid to curb mail-in voting in 23 states」, 2026년 7월 25일.
- Jack Birle, 「Trump asks Supreme Court to unblock mail-in voting executive order」, Washington Examiner, 2026년 7월 27일.
- Robert McGreevy, 「USPS moves ahead with mail-in ballot rule despite block from Obama-appointed judge」, New York Post, 2026년 8월 22일.
- 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 Trump v. California, No. 26A124, 2026년 8월 2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