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 9가지 정치유형

미국 정치는 흔히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의 대결로 설명된다. 실제 선거도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틀린 설명은 아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미국 유권자의 유형이 단 두 가지로 분류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경제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면서도 낙태나 동성결혼에서는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범죄와 국경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Pew Research Center는 이러한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미국 성인을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두 집단이 아니라 9개의 정치 유형으로 분류했다. 핵심은 유권자들을 정당을 기준으로 나누지 않고, 정부, 경제, 이민, 종교, 사회문화, 정치인 등에 관한 가치관을 먼저 조사한 뒤 서로 비슷한 응답을 보인 사람들을 묶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그 결과 미국 정치에는 분명한 좌우 진영이 존재하지만, 그 사이에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정치적 공간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개 유형 작성방법

Pew Research Center는 2025년 11월 17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성인 10,357명을 조사했는데, 응답자는 미국 성인 인구를 대표하도록 구성된 American Trends Panel 참여자였다.

연구진은 정부의 역할, 경제, 이민, 종교, 사회문화적 가치, 선출직 정치인 등에 관한 30개 문항의 응답을 분석했고, 이후 비슷한 응답 패턴을 가진 사람을 찾아 묶는 통계 기법인 군집분석(cluster analysis) 을 이용해 9개 집단을 만들었다.[2]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 정당 소속이나 정당 성향을 직접적인 분류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분석은 ‘공화당원은 어떤 사람인가’, ‘민주당원은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 분류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당이라는 이름을 잠시 제외하고 미국인의 정치적 가치가 실제로 어떻게 묶이는지 살펴본 분석에 가깝다.

미국 유권자 9개 정치 유형 분류

2026년 Pew Research Center의 정치 유형과 미국 성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음과 같다.

No Apologies Right(강경 우파)와 Faith First Conservatives(종교 우선 보수층)은 오른쪽에서 이념적 성향이 가장 뚜렷하고, Loyal Liberals(충성도 높은 자유주의자)와 Leftward Progressives(강경 진보층)은 왼쪽에서 상대적으로 뚜렷하다. 이 네 집단은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역시 높은 편이지만 네 집단의 비중을 합하면 약 38% 정도에 머물고 있다.

반대로 중도성향 나머지 다섯 집단에는 미국 성인의 다수가 속한다. 약 62% 정도가 된다. 이들은 정책에 따라 보수와 진보의 입장이 섞여 있거나 정치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은 집단 층이다.

따라서 미국 정치를 ‘강한 보수 대 강한 진보’의 대결만으로 본다면 상당수 유권자가 빠지게 되는 문제가 있다.

우파 중심축 (전체 21%)

우파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변함없이 지지하는 보수 공화당원들에 의해 주도되는 두 그룹이 있다. No Apologies Right(강경 우파)와 Faith First Conservatives(종교 우선 보수층)이다.

이 두 그룹은 많은 보수적 가치를 공유하지만, 강조점과 스타일 모두에서 다르다. 전자는 대부분의 문제에서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만, 후자는 종교, 도덕성, 그리고 사회적 전통주의와 밀접하게 연관된 주제들에서 더 눈에 띈다. 두 그룹 모두 기독교인이 다수이며,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남성과 백인이다.

좌파 중심축 (전체 17%)

좌파에서 우파에 대응하는 중심축 그룹은 Leftward Progressives(강경 진보층)과 Loyal Liberals(충성도 높은 자유주의자)이다. 두 그룹 모두 고학력이며, 주로 자유주의적 민주당원과 민주당 성향의 사람들로 구성된 대체로 백인인 그룹이다. 그들은 또한 정치적 참여도가 매우 높으며 트럼프에 대해 압도적으로 비판적이다.

전자는 가장 젊은 유형의 그룹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매우 진보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거의 보편적으로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민주당을 향해 다소 회의적인 시선을 던진다.
대조적으로, 후자는 민주당에 훨씬 더 큰 애착을 가지고 있고, 제도(기관)에 대해 더 큰 신뢰를 가지며, 국제 외교에서 리더로서의 미국의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대부분의 문제에서 진보적이지만, 그들은 경제 정책을 포함한 일부 문제에 있어서는 전자만큼 좌측으로 치우쳐 있지 않다.

나머지 5가지 그룹 (전체 62%)

다른 다섯 그룹에 속한 미국인들은 그들의 정치적 가치관에 있어서 더 혼재되어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정치에 훨씬 덜 주의를 기울인다. 다 합쳐서, 이 다섯 그룹은 대중의 다수를 구성한다.

비전통적 우파(Unconventional Right)는 확실히 공화당 지향적이고 대체로 보수적이다. 그러나 그들은 낙태와 사회 안전망 같은 문제들에서 더 보수적인 그룹들보다 다소 더 온건한 입장을 취한다. 그들은 그 그룹들보다 더 젊고 정치적으로 훨씬 덜 참여한다. 2024년에 투표한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했다. 하지만 그는 취임 이후 다른 그룹들보다 이 그룹 사이에서 더 많은 입지를 잃었다: 2026년 봄 현재 단지 53%만이 그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실용적, 온건 우파(Pragmatic and Polite Right) 역시 공화당 쪽으로 기울지만, 더 완만한 격차를 보인다. 그들은 경제 문제에서는 보수적이고 인종과 이민 문제에서는 더 온건하다. 가장 나이가 많은 그룹인 그들은 또한 정치에서의 정중함에 높은 가치를 둔다. 2024년에 투표한 사람들은 트럼프를 선호했지만 (당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40% 대비 54%), 현재는 거의 3분의 2가 트럼프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질서 및 기회 중시 좌파(Order and Opportunity Left)는 단연코 가장 큰 유형의 그룹으로, 전체 18%를 차지한다. 그들은 민주당 성향을 띠지만 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65%는 민주당원이거나 민주당 성향이고, 25%는 공화당원이거나 공화당 성향이다). 인종적, 민족적으로 가장 다양한 그룹 중 하나인 그들은 경제적으로는 자유주의적(진보적)이지만, 다수가 민주당원인 다른 그룹들보다 범죄에 대해 더 많이 우려하고 이민 제한을 더 지지한다.

소외된 좌파(Left-Out Left)는 압도적으로 민주당 지향적이며 자유주의적(진보적) 견해와 온건한 견해가 혼재되어 있다. 재정적으로 가장 압박을 받는 그룹 중 하나인 그들은 다른 대부분의 그룹들보다 정치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들은 또한 정치와 국가의 미래에 대해 깊이 회의적이다.

정치 무관심 중도층(Tuned-Out Middle)은 정치적으로 나눠져 있으며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이례적으로 낮다.

정당 지지와 실제 정치적 가치가 엇갈리는 사람들

Pew Research Center의 분석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정당 성향과 정치적 가치의 위치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화당원 또는 공화당 성향 유권자 가운데 약 15%는 가치관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전체적으로 중도보다 왼쪽에 있는 정치 유형에 포함됐다. 민주당원 또는 민주당 성향 유권자 가운데에서도 비슷한 비율이 전체적으로 중도보다 오른쪽에 위치한 집단에 포함됐다.

이러한 결과는 정당 선택과 정책 선호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미국 선거에서는 결국 공화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 유권자가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해서 공화당의 모든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 역시 민주당의 모든 사회·경제적 입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선거에서는 하나의 후보를 선택하지만, 유권자의 가치관은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빨간색과 파란색 사이에는 여러 색이 있다

미국의 실제 정치 경쟁은 여전히 공화당과 민주당,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양당 구분 자체가 의미 없다는 것이 해당 연구의 결론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두 정당이 각각 여러 종류의 유권자를 한 연합 안에 묶고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에는 트럼프와 MAGA를 강하게 지지하는 보수층도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이면서 정치적 타협과 온건한 방식을 원하는 유권자도 있다. 민주당에도 사회문화적으로 매우 진보적인 유권자가 있는 반면, 정부 지원 확대를 지지하면서 범죄와 국경 문제에서는 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유권자도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어느 정당에도 강하게 결속되지 않거나 정치 자체에 관심이 낮은 사람들도 존재한다.

결국 미국 정치를 이해할 때 ‘누가 공화당이고 누가 민주당인가’만 물어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정책에서 어떤 가치가 결합하는지, 그 유권자가 어느 정당을 선택하는지, 그리고 실제 정치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아울러, 공화당과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추구하는 정치 이념을 기본으로 한 상태에서 여러 가치를 선점하고 지향점을 공유함으로써 지지층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의 선거는 두 가지 색을 중심으로 치러지지만, 그 색을 선택하는 유권자의 생각까지 두 가지로 단조롭게 나눠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1. Jocelyn Kiley 외, 「Beyond Red vs. Blue: The Political Typology」, Pew Research Center, 2026년 6월 10일.
  2. Pew Research Center, 「Appendix B: Typology group creation and analysis」, 2026년 6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