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동 유권자 등록제도(AVR) 검토

영국 선거위원회(Electoral Commission)의 분석에 따르면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에서는 약 700만∼800만 명의 유권자가 선거인명부에서 빠져 있다. 2024년 총선 투표율은 59.9%였으며, 등록 누락자까지 고려하면 약 2,750만 명이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거나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유권자가 매번 선거 때마다 직접 유권자 등록을 신청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권자가 직접 등록신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행정기관이 직권으로 선거인명부를 작성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제도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현재 영국의 유권자 등록제도

영국은 2014년 세대주가 구성원을 대신 등록하던 방식에서, 개인이 각자 직접 선거인으로 등록하는 제도(Individual Electoral Registration, IER)로 전환했다. 유권자는 등록시 생년월일과 국민보험번호를 제출해야 하며 온라인 국가 포털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의 최종 행정처리는 지방 선거인등록관(Electoral Registration Officer, ERO)이 담당한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통합된 단일의 선거인 데이터베이스는 없다.

2019년부터는 연례 등록 확인 과정에 자동 재등록 방식이 도입됐다.

  • 국가·지방 행정자료와 정보가 일치하면 별도 응답 없이 등록을 유지한다.
  •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최소 세 차례 연락해 등록 여부를 확인한다.
  • 요양시설이나 학생 기숙사에서는 관리자가 거주자 등록을 지원할 수 있다.

따라서 영국의 현행 제도도 이미 제한적인 데이터 연계와 자동 갱신 기능을 갖추고 있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

첫째, 등록 누락이 특정 집단에 집중돼 있다. 2022년 기준 자가 소유자의 등록률은 95%였지만 민간 임차인은 65%에 그쳤다. 65세 이상은 96%가 등록된 반면 18∼19세는 60%, 잉글랜드의 16∼17세 예비 유권자는 16%만 등록되어 있었다.[2]

주소 이동도 큰 영향을 준다. 현재 주소에서 1년 이하 거주한 사람의 등록률은 39%였지만, 5∼10년 거주한 사람은 91%였다. 개인의 정치적 무관심만으로 등록 격차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둘째, 선거 직전 신청이 집중되면서 행정 부담이 커진다. 2024년 총선이 발표된 뒤 등록 마감일까지 약 290만 건의 신청이 접수됐고, 마지막 날에만 63만2,901건이 몰렸다. 2017년 선거기간에는 지역에 따라 전체 신청의 30∼70%가 중복 신청이었다.

자동 유권자 등록(AVR)이란 무엇인가

자동 유권자 등록(Automatic Voter Registration, AVR)은 본인이 먼저 신청하지 않아도 행정부가 보유한 기존 자료를 활용해 자격을 확인하고 선거인명부에 추가하는 제도다. 등록 후에는 당사자에게 이를 알리고 필요한 경우 익명 등록을 신청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프랑스, 독일 , 스웨덴, 노르웨이 등 40여 개국이 자동 유권자 등록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영국은 유권자 직접 등록제(Laissez faire),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으나 지원형 등록 제도(Assisted : 시민들이 다른 정부 서비스와 상호작용할 때 유권자로 등록하도록 장려하는 정기적인 권유가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방식)를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다.[3]

AVR과 지원형 등록 제도(Assisted)간 가장 큰 차이는, 전자는 행정자료를 바탕으로 유권자 등록 자체를 행정부가 직권으로 진행하지만 후자는 운전면허 신청과 같은 행정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유권자가 최종 신청 절차를 거치도록 등록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영국 선거위원회의 타당성 조사에서는 자동·반자동·지원형 등록 모두 기술적·운영상 실행할 수 있으며 기존 등록제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도 도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웨일스의 자동등록 시범사업

웨일스에서는 2025년 3개 지방정부가 자동 유권자 등록을 시범 운영했다. Gwynedd, Powys, Newport 등이다. 그 결과 1만4,500명의 신규 유권자가 자동 등록됐으며 이는 해당 지역 선거인명부의 2∼8%에 해당했다.[4]

특히 16∼17세 예비 유권자 등록에서 효과가 컸다. Gwynedd 와 Powys 에서는 이 집단의 16∼37%가 새로 등록됐다. 초기 평가에서는 선거인명부의 정확성이 낮아졌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시범사업은 지방세와 주택자료 등 지방정부 데이터만 사용할 수 있었다. 중앙정부 차원의 자료를 연계하지 못했다는 점은 지방 단위 자동등록의 한계로 남아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운영하는가

국가주요 방식
스웨덴선거일 30일 전 인구등록부를 기준으로 자격자를 자동 등록하고 투표안내서를 발송한다. 2022년 투표연령 인구 815만 명 중 778만 명이 등록됐다.
독일주민이 이사할 때 지방정부에 신고한 정보를 이용해 선거인명부를 작성한다. 2025년 투표연령 인구 6,150만 명 중 6,050만 명이 등록됐다.
호주여러 정부기관의 자료로 유권자를 확인하고, 통지에 응답하지 않으면 등록되는 선택적 제외 방식으로 운영한다. 등록률은 2010년 90.9%에서 97.6%로 높아졌다.
미국운전면허 발급·갱신 과정에서 등록 기회를 제공하는 지원형 등록을 운영한다. 2022년 전체 유권자 등록의 절반 이상이 이 경로를 통해 이뤄졌다.

호주의 경우, AVR 관련 법률 통과부터 시범사업과 전국 확대까지 약 18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자동등록도 법률 제정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검증과 단계적 시행이 필요한 행정개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참고자료

  1. Electoral Reform Society, 「Briefing on Modernising Electoral Registration」, 2026년 2월.
  2. Electoral Commission, 「Who is and isn’t registered to vote」, 2022년.
  3. Toby. S. James and Paul Bernal, 「Is it time for Automatic Voter Registration in the UK?」 , Joseph Rowntree Reform Trust: York, 2020년.
  4. Electoral Commission, 「Automatic registration pilots evaluation」 , 20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