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선거 허위정보와 AI 선거운동 규제 논의

영국이 국민대표법안(Representation of the People Bill)을 논의하면서 온라인 선거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 표시, 디지털 정치광고 공개, 중대한 선거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등이 제안됐었다.

핵심은 유권자가 접하는 정보의 제작 경위와 유통 과정을 얼마나 확인할 수 있는지, 선거 참여를 방해하는 정보가 확산될 때 어떤 절차로 대응할 것인지에 있다.

유권자 온라인 조사 결과

영국 선관위의 「Public attitudes to elections and democracy: 2026 findings」는 2025년 12월 영국 전역의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 기초한다.[2]

지표보고서에 제시된 비율
잘못된 정보와 의도적 허위정보가 선거의 문제라고 응답72%
딥페이크 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응답53%
선거 허위정보에 대한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63%

이 수치들은 신뢰할 만한 선거정보에 대한 요구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우려의 크기와 실제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AI 사용 표시와 정치광고 공개는 무엇을 바꾸려는가

첫째, AI로 만든 선거운동 자료임을 알리자는 제안이다.

리사 스마트(Lisa Smart) 의원의 NC13은 기존 디지털 발행책임자 표시 규칙에 AI 사용 고지를 추가하는 수정안이다. 대상은 생성형 AI로 제작하거나 실질적으로 변경한 이미지·음성·영상이다. 해당 자료에 AI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3]

여기서 발행책임자 표시와 AI 사용 표시는 서로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 전자는 누가 자료를 발행했는지고, 후자는 자료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려준다. AI 사용 표시가 붙었다고 내용이 거짓으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며, 표시만으로 사실 여부가 검증되는 것도 아니다.

둘째, 유료 디지털 정치광고를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다.

에밀리 달링턴(Emily Darlington) 의원의 NC43은 선관위가 공개 광고 저장소를 마련하도록 장관이 하위 규정을 제정하는 방안이다. 온라인안전법상 ‘범주 1 서비스’ 제공자가 정해진 광고 정보를 가능한 한 신속하게, 늦어도 72시간 안에 제출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모든 온라인 게시물을 일괄 등록하는 제안은 아니다.[4]

선관위는 별도로 플랫폼의 광고 자료실에 광고의 표적 대상, 실제 도달 범위, 지출액을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공개할 것을 권고한다. NC43과 이러한 권고는 연결되는 문제의식을 갖지만, 동일한 규정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광고 공개의 의미는 유권자와 언론이 서로 다른 집단에 전달된 메시지를 비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다만 공개가 늦어지면 투표 전 검증에 활용하기 어렵다. 저장소의 존재뿐 아니라 제출 시점과 검색 가능성이 중요한 이유다.

선거 위기 대응과 선거광고 실무규범도 다룬다

달링턴 의원의 NC45는 선거의 안전성·운영·공공 신뢰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했을 때 적용할 대응 절차를 제안한다. 법률이 제정될 경우 12개월 안에 절차를 공개하고, 발동 기준과 심각도별 대응 방식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제안에는 감독기구와 전문가·시민사회 자문기구,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 의무 준수, 대응 절차 사용 이후의 의회 보고도 포함된다. 신속한 대응 권한과 사후 설명 책임을 함께 설계하려는 접근이다.[5]

조디 고슬링(Jodie Gosling) 의원의 NC49는 선거광고 실무규범을 선관위가 작성하도록 하는 제안이다. 사실 주장의 정확성, 이를 뒷받침할 신뢰할 만한 근거, 관련 정당의 명확한 표시, AI 사용의 투명성, 오류에 대한 신속한 공개 정정을 다룬다.[6]

관련 언론 보도

가디언은 2026년 1월 8일, 영국 선거당국의 딥페이크 탐지 시범사업 준비와 강제 삭제 권한 요구를 보도했다.[7]

이후 선관위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시범사업은 5월 선거를 앞두고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에서 가동됐다. 내무부의 혁신 지원 조직인 ACE(Accelerated Capability Environment)와 협력해, 후보자를 거짓으로 묘사하거나 선거 절차에 관해 유권자를 오도하는 음성·영상을 탐지하는 방식이다. 도구가 찾아낸 잠재적 딥페이크는 조치 전에 사람이 검토한다. 심각한 우려가 있는 자료는 경찰 등 관련 기관에 전달하거나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선관위가 직접 콘텐츠를 삭제하는 구조는 아니다.[8]

선관위와 플랫폼 규제기관의 역할 구분

영국 선관위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규제의 주된 책임이 통신·온라인 서비스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에 있다고 설명한다. 선관위는 선거법, 정치자금, 선거 운영에 관한 전문성을 제공하고 관련 기관과 협력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선관위가 2026년 5월 선거를 앞두고 제시한 선거운동 원칙도 법적 강제규칙이 아닌 자율적 지침이다. AI로 타인의 발언이나 행동을 왜곡하는 행위를 경계하지만, 이를 새로운 법정 제재가 도입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역할 분담을 평가할 때에는 연결 절차를 살펴봐야 한다. 의심 자료가 발견된 뒤 선거 관련 사실을 누가 확인하고, 수사가 필요한 사안은 어디로 전달하며, 플랫폼은 언제까지 판단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동시에 잘못된 탐지나 과도한 삭제에 대한 이의제기와 복구 절차도 필요하다. 투표일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허위정보의 확산뿐 아니라 정상적인 선거운동 자료가 잘못 차단되는 일도 유권자의 판단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논의에서 주목할 부분은 AI 사용 표시, 광고 공개, 위기 대응, 사실 주장에 대한 책임을 서로 다른 과제로 다룬다는 점이다. 제도의 효과를 판단하려면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삭제했는지에 더해, 유권자가 투표 전에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참고자료

  1. Electoral Commission, 「Representation of the People Bill: Report Stage briefing on election information amendments」, 2026년 9월 1일.
  2. Electoral Commission, 「Public attitudes to elections and democracy: 2026 findings」, 2026년 6월 15일 발표, 6월 25일 수정.
  3. UK Parliament, 국민대표법안 수정안 NC13: 생성형 AI 사용 표시.
  4. UK Parliament, 국민대표법안 수정안 NC43: 디지털 정치광고 저장소.
  5. UK Parliament, 국민대표법안 수정안 NC45: 중대한 선거 사건 대응 절차.
  6. UK Parliament, 국민대표법안 수정안 NC49: 선거광고 실무규범.
  7. Severin Carrell, 「Software tackling deepfakes to be piloted for Scottish and Welsh elections」, The Guardian, 2026년 1월 8일.
  8. Electoral Commission, 「Electoral Commission launches deepfake detection pilot to counter AI misinformation」, 2026년 4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