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AVE 법안(SAVE America Act)은 아직 법률 상태는 아니다.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 상태이다. 여기서 SAVE는 ‘Safeguard American Voter Eligibility’, 즉 미국 유권자의 자격을 보호한다는 의미이다.
법안의 기본 목표는 연방선거에 참여하는 사람이 미국 시민이고, 실제 등록된 본인인지를 서류(신분증 등)으로 확인하도록 전국적인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024년과 2025년에도 비슷한 SAVE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법률로 완성되지는 못했다. 2026년 법안이 상원을 통과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있다.
현재 계류 중인 SAVE 법안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다 *
* 2026년 2월 11일 하원 통과 수정안(S.1383 EAH) 참고
첫째, 연방선거 유권자로 새로 등록하거나 등록 정보를 변경할 때 미국 시민권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인정되는 서류에는 유효한 미국 여권, 시민권이 표시된 REAL ID 등이다.
둘째, 연방선거에서 직접 투표하려면 유효한 사진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신분증이 없으면 임시투표를 한 뒤 3일 이내에 필요한 자료를 보완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셋째, 우편 등 비대면 방식으로 투표하는 유권자는 신분증 사본을 동봉하거나, 신분증 사본을 구하기 어렵다는 진술서와 사회보장번호 끝 네 자리를 제출해야 한다.
넷째, 각 주는 전체 연방선거 유권자 명부를 국토안보부의 시민권 확인 시스템과 대조하고 비시민권자로 확인된 사람을 명부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해당 유권자에게 통지하고 시민권을 소명할 기회를 주도록 규정한다.
미국은 투표를 위해서 지금도 시민권을 확인하고 있다
미국 연방법은 비시민권자가 대통령·상원·하원 등 연방선거에서 투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연방 유권자 등록 ** 신청자는 자신이 미국 시민이라는 사실을 표시하고 기재 내용이 사실이라는 점을 위증 처벌 가능성 아래 서명해야 한다. 운전면허증 번호나 사회보장번호 일부를 이용한 신원 확인, 정부 데이터베이스 대조, 선거인명부 정비도 이미 시행되고 있다.
** 미국은 한국과 달리 사전에 유권자 등록을 해야한다. 한국은 주민등록제도를 기반으로 지자체가 선거 때마다 직권으로 선거인명부를 작성하기 때문에 별도의 유권자 등록 절차가 필요없지만, 미국은 그런 전국민 주민등록제도가 없기 때문에 별도로 사전에 유권자 등록을 해야한다.
다만, 한국과 다른 것이 시민권 증명서류를 직접 제출하도록 요구하지는 않는다. 아울러, 투표소에서 어떤 신분증을 요구할지도 주마다 다르다. 미국에는 주민등록증과 같은 전 국민 공통 신분증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SAVE 법안을 둘러싼 쟁점은 기존의 행정적 검증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모든 신청자에게 신분증 제출 의무를 추가해야 하는지에 있다.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화당과 법안 지지자들은 투표가 국가의 의사결정과 직결되는 만큼 시민권과 본인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제도가 과도하게 신청자의 자기 진술에 의존하고 있고 고의적인 부정 뿐 아니라 행정 착오로 비시민권자가 유권자 명부에 포함될 가능성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하원 규칙위원회(Committee on Rules) ***의 Virginia Foxx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비행기를 타거나, 담배 한 갑을 사거나,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에는 이미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필요로 한다. 시민으로서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인 투표도 최소한 그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강조하기도 하였다.[1]
*** 하원 본회의 법안 상정을 위해 거쳐야 하는 위원회
민주당과 시민권 단체들은 반대 입장이다. 비시민권자의 연방선거 투표는 이미 불가능하고 실제 적발되는 사례도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이에 SAVE 법안이 방지할 부정보다 합법적인 시민이 겪을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반박한다.
미국에서는 여권이 없는 사람이 적지 않고 출생증명서를 분실했거나 즉시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노령층, 농촌 거주자, 장애인 등은 재발급 등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브레넌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투표 연령 미국 시민의 약 9.1%, 약 2,130만명이 시민권 증명서류를 즉시 꺼내 쓸 수 없는 것으로 추산하기도 하였다. 물론 신분증명서류에 대한 대체입증 절차가 있고 서류를 재발급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2,130만명이 곧바로 투표권이 박탈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당수 유권자가 새로운 행정 절차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2]
향후에도 SAVE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SAVE America Act는 2026년 2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멈춰 있다.
상원은 3월 관련 절차종결 표결에서 찬성 53표, 반대 47표를 기록했다. 공화당이 53석을 차지하고 있어 단순 과반은 넘지만 일반 법안의 필리버스터를 끝내려면(cloture) **** 통상 60표가 필요하고 그에는 못미치고 있다. 결국 상원은 SAVE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여름 휴회에 들어갔다.
**** cloture는 미국 상원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끝내고 표결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사용하는 토론종결 절차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향후 경로는 세 가지다.
- 민주당 일부의 동의를 얻어 60표를 확보한다.
- 공화당이 필리버스터 규칙을 바꾼다.
- 전체 법안 대신 일부 조항을 다른 예산·국방 법안에 결합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세 경로 모두 쉽지 않고 현실 가능성도 떨어진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선거 행정 시스템을 단기간에 변경하는 데 따른 혼란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결국에는 법안 통과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제도를 바꾸기 위해 국가안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시민권 증명, 우편투표 제한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다만 중간선거의 부담이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3]
참고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