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대화 정리,
2026. 6. 26. 저녁식사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AI에 대한 대화가 길어졌다.
요즘은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일상에서도 AI를 쓰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워졌다. ChatGPT, Claude, Gemini 같은 도구를 옆에 켜두고 문장을 다듬거나, 자료를 정리하거나,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일이 이제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결국 중요한 건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쓰는 사람의 생각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AI는 분명 훌륭한 도구다.
글을 더 매끄럽게 다듬어주고, 복잡한 내용을 정리해주고, 영어 논문도 빠르게 요약해준다. 예전 같으면 며칠씩 걸렸을 일을 몇 초 만에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 내용도 없는 상태에서 AI에게 “좋은 글을 써줘”라고만 하면, 결국 그럴듯한 포장지만 만들어질 뿐이다.
대화 중에 이런 비유가 나왔다.
AI는 신선한 물고기를 예쁘게 회로 떠주는 사람과 같다. 칼질은 아주 잘한다. 보기 좋게 접시에 담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물고기가 신선하지 않으면 아무리 예쁘게 썰어도 맛있는 회가 될 수 없다. 반대로 좋은 재료가 있다면, 조금 투박하게 썰어도 충분히 맛있다.
글도 마찬가지다.
AI가 문장을 예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들어갈 생각과 관점, 경험과 질문은 결국 사람이 준비해야 한다. 좋은 글감, 좋은 데이터, 좋은 문제의식이 있어야 AI도 제대로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무엇을 궁금해하는가.
나는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가.
나는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불편하게 느끼는가.
이런 질문이 없는 사람은 AI를 써도 결국 남의 생각을 따라가게 된다. 인터넷에 떠도는 블로그 글이나 유튜브, 신문기사에 한정해서 정보를 취합하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 있는 것 알려줘”, “좋은 여행지 추천해줘” 같은 질문만 반복하다 보면, AI가 정리해준 평균적인 답 안에서만 살게 된다. 편하긴 하지만, 그 안에는 나만의 취향도, 나만의 판단도, 나만의 길도 없다.
반대로 자기 생각이 분명한 사람은 AI를 훨씬 더 잘 쓸 수 있다.
AI를 검색창처럼 쓰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이나 상사, 혹은 뛰어난 팀원처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논문을 쓴다고 하면, 아무 준비 없이 “논문 써줘”라고 하는 것은 좋은 방식이 아니다. 내가 먼저 주제를 잡고, 문제의식을 세우고, 변수와 모형을 고민하고, 어느 정도 구조를 만든 뒤 AI에게 물어보면 완전히 다른 답이 나온다.
“이 논리에서 부족한 부분은 뭐야?”
“이 문장을 더 부드럽게 바꿔줘.”
“이 구조에서 설득력이 약한 부분을 짚어줘.”
“이 내용을 코드로 구현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물으면 AI는 정말 강력한 조력자가 된다.
예전에 내가 석사논문을 쓸 때 지도교수님을 일주일에 딱 한 번 만날 수 있었다. 시간 제약도 있었고 공간적 제약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교수님 역할을 하는 AI를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내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몇 명의 훌륭한 교수님과 언제든 대화하고 조언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 교육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AI 시대라고 해서 공부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AI를 더 잘 쓸 수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하고, 암기하고, 토론하는 과정은 여전히 중요하다. 단순히 외우는 것만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기본 지식과 사고력 없이 AI만 잘 다루겠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결국 AI 시대에도 기본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책을 많이 읽는 것.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글을 직접 써보는 것.
공부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는 것.
그리고 자기만의 질문을 갖는 것.
AI는 사람을 갑자기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이 아니다.
다만 이미 생각하고 있는 사람, 이미 공부하고 있는 사람, 이미 자기만의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에게는 엄청난 속도와 효율을 더해주는 도구다.
그래서 아내와의 대화를 마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AI를 잘 쓰는 사람이 된다는 건, 결국 AI에게 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좋은 질문은 검색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관심과 생각, 공부와 경험에서 나온다.
질문이 얕으면 답도 얕다.
질문이 깊으면 AI도 깊게 답한다.
AI 시대라고 해서 사람이 덜 중요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생각, 취향, 통찰, 호기심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결국 AI는 도구다.
그 도구를 네이버처럼 쓰면 단순 검색창이 되지만, 교수님처럼 대하면 교수님이 되고, 팀원처럼 활용하면 팀원이 된다.
어떤 역할을 하게 만들지는 결국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그래서 나는 AI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거창한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오히려 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back to basic)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하는 사람인지 스스로가 아는 것.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여전히 사람이다.
Thank you for reading this p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