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오는 3월 8일에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열린다.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 등의 장을 뽑는 선거이다. 도시 지역 거주자들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조합에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다.
조합은 길드(guild)라는 이름으로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도시를 중심으로 상인들이 조직한 모임이 그 근원이다. 초기 길드는 무역에서 시작되었으나 이후 생산, 거래에까지 확장하여 현재는 다양한 영역에서 조합을 형성하고 있다.
조합이 자체 조직인만큼 조직 내 자율성은 넓게 보장되고 있다. 따라서 그 장을 선출하는 조합장선거 역시 조합원들 스스로 알아서 치러왔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조합장 선거가 불법적인 금품수수 등 돈 선거로 오염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에 국회는 조합장 선거의 혼탁을 방지하고자 2005년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의무위탁하여 관리하도록 제도화되었다.
그 후 2012년에는 부정선거 방지 및 효율적인 선거관리를 위해 조합장선거를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하기로 결정하였고, 2014년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2015년 3월 11일에 사상 최초로 전국 1,326개 조합에서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되었다. 올해 3월 8일 실시되는 조합장 선거가 전국 동시선거로는 벌써 3회째에 이른다.
조합장선거는 '공직선거법'을 적용받는 공직선거와 달리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이라 함)의 적용을 받는다.
위탁선거법은 공공단체등의 선거가 깨끗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공공단체등의 건전한 발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여러 제한규정이 존재한다. 기부행위 금지, 매수 및 이해유도 금지, 허위사실 공표 금지 등이 그것이다.
아래에서는 이 중 기부행위 금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조합장 선거는 기부행위가 금지된다.
금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조합장선거에서 여전히 불법적인 금품수수가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의 공정성은 후보자들이 룰에 따라 정정당당히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할 때 담보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저해하는 불법적인 기부행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대법원은 기부행위를 허용할 경우 선거 자체가 후보자의 인물, 식견 및 정책 등을 평가받는 기회가 되기보다는 후보자의 자금력을 겨루는 과정으로 타락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았고, 헌법재판소는 기부행위는 부정한 경제적 이익 등으로 선거권자의 자유의사를 왜곡시켜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고 후보자의 자질과 식견, 정책보다는 금력에 의하여 선거 결과가 좌우되게 하는 것으로 타락하고 혼탁한 선거의 주된 원인이 된다고 보았다.
일반적으로 기부행위는 일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요건은 '무상'과 '이익제공'이다.
위탁선거법 제32조는 기부행위를 "선거인이나 그 가족 또는 선거인이나 그 가족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기관.단체.시설을 대상으로 금전.물품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그 이익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먼저, 기부행위의 주체는 제한이 없다. 누구든지 기부행위의 주체가 된다.
다음으로, 기부행위의 상대방은 "선거인이나 그 가족" 또는 "선거인이나 그 가족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기관.단체.시설"이다.
여기서 "선거인"은 선거인명부에 등재되어 선거권을 가진 자를 의미하며 선거인명부를 작성하기 전에는 그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자를 말한다. 이에 관하여는 해당 법령이나 정관 등에 따른다. "그 가족"은 선거인의 배우자, 선거인 또는 그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 선거인의 직계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배우자를 말한다. 그 의미는 민법에 따른다.
"선거인이나 그 가족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기관.단체.시설" 중 '설립'이란 기관이나 단체, 시설 등을 만들어 일으키는 것을 의미하고, '운영'은 당해 기관 등의 의사를 결정하거나 이를 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는 '설립.운영'에 대해 설립하거나 운영하는 것을 의미하고 반드시 설립과 운영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결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립'은 실제로 직접 설립하였거나 기금출연 등으로 설립에 적극 가담할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으며, '운영'은 기관 등의 대표자 또는 의사결정 기구의 구성원으로서 의사결정 및 집행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선거인이나 그 가족이 구성원 중 일부로 되어 있는 단체는 조건을 충족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이것은 공직선거법 기부행위제한 규정("후보자 또는 그 가족과 관계있는 회사 그 밖의 법인.단체")과의 차이점이다. 위탁선거법은 구성원의 일부라는 사실을 넘어 실제로 설립 또는 운영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끝으로, 기부행위는 원칙적으로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을 전제한다. 무상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기부행위로 보기 어렵다.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대가관계로 인하여 금원을 교부하는 경우에는 이를 기부행위로 보기 어렵다.
위탁선거법 제33조는 직무상의 행위, 의례적 행위 등 기부행위로 보지 아니하는 행위에 대해 나열하여 규정하고 있다. 단체의 사업계획에 따른 제공행위, 관혼상제에 따른 제공행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위탁선거법 제34조는 기부행위제한기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임기만료에 따른 선거는 임기만료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이며, 재보궐선거의 경우 그 선거의 실시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선거일까지다. 반면, 공직선거법은 기부행위 제한기간을 폐지하여 상시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위탁선거법 제35조 제5항은 농업협동조합법 및 수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장.중앙회장과 산림조합법에 따른 조합장은 재임 중에 기부행위가 상시 제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조합장은 재임 중 기부행위가 금지된다.
위탁선거법 제35조는 기부행위제한 규정이다.
제1항은 "후보자(후보자 되려는 사람), 후보자의 배우자, 후보자가 속한 기관.단체.시설은 기부행위제한기간 중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누구든지 기부행위제한기간 중 해당 위탁선거에 관하여 후보자를 위하여(후보자의 명의를 밝혀 기부행위를 하거나 후보자가 기부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부행위를 하는 것 포함) 기부행위를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항은 "누구든지 기부행위제한기간(임기만료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중 해당 위탁선거에 관하여 제1항 또는 제2항에 규정된 자로부터 기부를 받거나 기부의 의사표시를 승낙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4항은 "누구든지 제1항부터 제3항까지 규정된 행위에 관하여 지시.권유.알선 또는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