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2024. 10. 11. 최종 수정 제출 완료)


지난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선거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는 꽤 높았습니다. 2007년 동아시아연구원이 실시한 조직 신뢰도 순위에서 헌재, 대법원에 이어 국가기관 중 3위를 차지했고,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부패인식도 조사에서도 헌법기관 중 가장 청렴한 기관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선거행정상의 작은 실수나 오류는 있었겠지만 국민들의 지지 속에서 신뢰의 문제는 크게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사전투표제도 및 재외선거제도 도입 등으로 선거행정 자체가 복잡해지면서 불신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선거운동도 오프라인보다는 인터넷, SNS 등 온라인이 주 무대가 되었고, 그 방법도 인공지능(AI), 딥페이크 등 규제와 단속이 어려운 방법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어 사각지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처음으로 개표과정 의혹이 제기된 이래 사전투표, 투표지분류기, 투표용지 등 여러 측면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분출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한국 선거행정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편투표에 대한 부정선거 가능성을 언급한 이래 선거부정 Election Fraud 은 선거운동 전략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는 선거를 Cheating, Rigged, Bad 등의 부정적 단어와 연결지으면서 본인의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전략의 효과는 4년 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의회 인증을 저지하려 국회 의사당에 난입한 1.6 사태를 보더라도 매우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이자 현재 대선 후보자인 트럼프가 열렬히 부정선거를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의 경우 실제 위기감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언론이나 학계에서 경고음을 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선거행정이라는 큰 틀에서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 모습입니다. 2020년 트럼프 패배로 사회가 혼란할 당시 미국 시카고대에서 유학하고 있었던 저는 이 점이 굉장히 의아해서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그들 역시 미국 민주주의가 공고하고 선거행정 시스템이 탄탄하여 선거행정에 대한 불신 또는 민주주의 위기로까지는 이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안정성에는 민주주의 역사, 연방제도, 정치 시스템, 시민사회 역량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이유를 선거행정에 대한 연구가 오랜 기간 다양하게 이루어져 꽤 많은 연구결과들이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보았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날선 공격에 동조하는 지지자들이 국민의 절반에 이르지만 그것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그러면서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연구가 든든히 버티고 있기 때문에 다들 민주주의가 흔들릴 염려가 없다고 보았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Pippa Norris 교수는 선거행정에 관해 오랜 기간 연구한 학자 중 한 명입니다. 여러 저작을 통해 선거행정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 왔으며 2012년부터 Electoral Integrity Project를 설립하여 전 세계 선거행정 강화를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각종 선거연구 기관들(International IDEA, IFES, ACE, OSCE, MIT Election Lab, Pew Research Center 등)이 지속적으로 선거행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 균형을 맞춰주는 선순환 연구구조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위기 속에서 한국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행정대학원인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2020년 기준 박사 졸업생은 289명입니다. 그분들의 박사논문 주제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대부분이 조직행정, 인사행정, 재무행정, 정부규제 등입니다. 세부적으로 선거행정을 주제로 쓴 논문은 2008년 단 한 편, 그것도 선거행정이 아닌 투표행태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물론 행정학이 아닌 정치학의 관점에서 선거와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해 연구한 논문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당연시해왔던 선거관리, 선거행정 자체가 논란의 중심에 설 때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해 줄 연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선거행정의 위기는 단순히 하나의 현상이 아니라 국가를 떠받치고 있는 민주주의의 정당성 약화라는 국가적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행정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매우 중요합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은 한국 행정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 선거행정의 위기 상황에서 이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곳은 서울대 행정대학원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미약하지만 제가 박사과정을 통해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근무한지도 15년이 지났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선관위 업무에 대해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처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선관위에 근무하며 아래와 같은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9. 1. ~ 2009. 12.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육

2010. 1. ~ 2011. 12. 중앙선관위 정당과 사무관

2012. 1. ~ 2012. 12.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비서관

2013. 1. ~ 2016. 12. 중앙선관위 기획재정과 사무관

2017. 1. ~ 2018. 12. 중앙선관위 정책보좌관

2019. 1. ~ 2020.  8. 서울특별시광진구선관위 사무국장

2020. 8. ~ 2022.  8. 국외연수훈련 : 미국 시카고대학교 정책대학원

2022. 8. ~ 2022. 12. 대전광역시동구선관위 사무국장

2023. 1. ~ 2023. 12. 대전광역시선관위 지도과장

2024. 1. ~ 현재     중앙선관위 기획재정과장


경력 초기 정당과에 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정당지원업무와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개정업무를 담당하였고, 경력 중반에는 서울특별시광진구선관위 사무국장, 대전시선관위 지도과장으로 근무하며 투개표 사무와 위법행위 조사 단속 사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현재는 중앙선관위 기획조정실 기획재정과장으로 예산, 결산 및 전체 총괄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직장 경력을 통해 선거행정의 다방면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실무 경험이 풍부해지는 것과 별개로, 직장을 다니던 중 학문적 부족함을 느끼는 순간이 매번 찾아왔습니다. 2010년 3월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학위 과정은 그렇게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직장과 학업 병행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정치자금법 개정[법률 11376호, 2012. 2. 29., 일부개정] 과정을 국회와 함께 수행하느라 석사과정 초기 수업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수업을 듣고 부족한 부분은 따로 보충하는 등 노력한 끝에 2014년 2월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석사과정을 마친 후 한동안은 실무에 전념하였습니다. 사무관 5년차는 조직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할 때입니다. 물론 그 덕분에 실무적으로 많이 성장하고 선거행정 업무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런 경험 후에 2020년 정부 국외연수훈련에 선발되어 2년간 미국 시카고대 정책대학원 정책학 석사 과정(MPP)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시카고대 정책학 석사 과정은 모든 커리큘럼이 수학, 계량 중심으로 작성되어 있으며 특히 코딩프로그램(R, Python 등)을 활용한 계량분석을 2년 내내 학습함으로써 데이터 기반 사고를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의 경력을 통해 저는 선거행정과 관련한 실무경험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며, 두 번의 석사 과정을 통해 학문적으로도 박사과정을 시작할 준비가 조금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박사 과정 수업을 통해 천천히 단계적으로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첨언하자면, 저는 박사과정을 수학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개인적 역량을 미약하지만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능력입니다. 지금의 저를 만든 건 언제나 “왜?”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다양한 교과목 속에서 인과관계와 답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공부했으며, 고시 공부 중에는 정부와 행정 그리고 국민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다이내믹스에 관한 의문 속에서 문제점과 원인, 대안 등을 찾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들이 축적되어 온 덕분에 오늘날 제가 좀 더 치밀하게 선거행정을 제도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성실함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3년 내내 가장 먼저 학교에 등교하여 책상을 닦고 수학문제를 풀던 학생이었습니다. 군대에 입대한 후에는 복무기간 내내 저녁과 주말을 이용해서 공부하였고 덕분에 군 제대 후 곧바로 행정고시 1차시험을 붙을 수 있었습니다. 신림동에서 고시 공부할 당시에는 독서실에 가장 먼저 오고 가장 늦게 가는 사람이었고 주말 내내 공부하는 몇안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현재 회사에서도 바쁜 와중에 고시 후배 3명과 함께 매주 1회씩 논문 읽기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집중력입니다. 지금 직장에서도 보고서 검토 및 확인을 위해 한 두 시간은 꼼짝않고 자리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지만 공부하던 시절에도 두 세 시간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책만 볼 정도로 높은 집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철인3종 하프코스를 완주하고 있는데 이는 수영 1.9km, 자전거 90km, 러닝 21km를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몰두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집중력은 물리적 체력과 정신적 몰입의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극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자기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박사학위를 진행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직장에서 맡은 직위가 가볍지 않은 상황이어서 걱정이 있습니다. 다만, 전술한 경험과 역량을 잘 발휘해 나간다면 직장을 다니면서도 좋은 연구를 해내고 학위도 취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