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는 것
주말 내내 비가 내렸다. 10월 초입에 내리는 비를 두고 사람들은 가을을 재촉하는 비라고 부른다. 가을비다.
회사 가는 길 옆에 한가득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다. 산책할 때마다 떨어진 은행에서 나는 냄새로 고역이지만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보면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사람들은 이 노란색을 더 좋아한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낙화) 와 같은 감성에 더해서다.
사람들은 흔히 은행나무 단풍을 두고 나뭇잎이 노랗게 물들어 예쁘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은 초록물이 빠진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나무는 겨울에 대비하게 되어 광합성을 멈춘다. 이 때 엽록소가 빠져나가 원래의 색인 노란색이 드러나는 것이다.
나 역시 노란 은행잎을 좋아한다. 여름 내내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가 이제는 힘을 빼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은행나무다. 물론 내년 봄이면 다시 으스대며 초록색 잎을 자랑하겠지만 지금은 현재의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람이나 나무나 힘을 빼고 살아가는 것이 참 어려운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