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의 위험성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뻔한 스토리, 상투적인 문구들이 싫어서다. 특히 인내, 소통, 창의, 겸손 등은 주요 래퍼토리다. 물론 미덕들이고 장려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시간 들여 돈 들여 읽는 책에서까지 듣고 싶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냥 마음 속에 품고 살면 그만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물론 개인적으로 저런 가치 중 겸손을 가장 손에 꼽기는 한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후로는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꼭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살아왔다. 어쩌면 덕분에 욕 많이 안먹으면서 잘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암튼 겸손은 중요하다. 그런데 엊그제 책을 읽다가 겸손하지 말라고 하는 내용을 보고는 그만 심쿵해버렸다. 그래 책은 자고로 그런 이야기를 해줘야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마케팅 전문가 세스고딘의 <이카루스 이야기> 라는 책의 일부이다.
이카루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는 손재주가 비상하여 만들어내지 못하는 게 없는 발명가였다. 미노스 왕에게 의탁하던 시절, 반인반우의 모습을 한 미노타우로스를 가둬두기 위해 미로를 설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후 그는 미노스의 뜻을 거역한 죄로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그 미로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다이달로스는 기발한 탈출 계획을 세웠다. 몸에 날개를 달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은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날아올라 미로를 쉽게 빠져나왔다. 날아오르기 전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마법에 도취된 이카루스는 그 말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점점 높이 올라갔다. 우리는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잘 안다. 밀랍이 녹아내렸고, 날개를 잃은 이카루스는 바다에 떨어져 죽음을 맞이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이런 것이다. 왕의 뜻을 거역하지 말라. 아버지 말씀을 어기지 말라.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말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자신에게 신의 능력이 있다고 자만하지 말라.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이달로스가 이카루스에게 너무 높게는 물론, 너무 낮게도 날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점이다. 수면에 너무 가까이 날다가는 날개가 젖어 물에 빠져 죽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신화에서 너무 낮게 날아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거나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된다고 끊임없이 서로를 질책하도록 만들어놓았다. 산업주의자들은 자만을 일곱 가지 죄악 중 하나로 꼽으면서, 그보다 더 위험한 한 가지는 교묘하게 제거해버렸다. 바로, 너무 적은 것에 만족하는 겸손이다. 너무 높게 나는 것보다 너무 낮게 나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안전하다’는 착각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낮은 기대와 소박한 꿈에 만족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면서 안전하다는 느낌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너무 낮게 날 때 우리는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의존하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까지 기만하게 된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위험을 피하는 데만 급급해진다.
우리는 지금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높이 날 수 있는 세상을 맞이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낮게 날아야 한다는 유혹에 여전히 매여 있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무모한 어리석음도, 자기 생각이 없는 복종도 아니다. 한 사람의 인간이 되고, 마음껏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다.
겸손의 위험성이라니. 이런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부럽다. 자신의 틀 안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책에서 얻는 교훈이 놀랍다.